작도닷넷 & 추유호's encyclopedia / xacdo & 추유호
요즘 웹을 좀 돌다 보면 블로그에 대한 조언들이 좀 눈에 띄인다. 이들 조언의 공통점은 '남을 배려하는 블로깅'을 하라는 것들이다. 뭐, 예의에 대한 이야기야 익명성이 강한 웹이라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은 나도 한다. 역으로 공자왈 맹자왈 뻔한 소리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외에도 대개 글쓰기나 PR 책 한 권만 읽어도 알 뻔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완성도를 높이라는 속삭임이 더해진다.
정말 그래야 할까? 그것이 좋은 블로깅일까? 태우님이 말씀하셨듯 사랑받는 블로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난 그게 좋은 블로깅의 덕목임은 부정하고 싶다. 책이라면 그래야 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마땅히.
그러나 웹에서는 그렇지 않다. 내용이 엉망이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그것은 스스로 고칠 수도 있으며 위키 시스템으로 타인의 손에 의해 수정될 수도 있으며 게시판이나 댓글 시스템을 통해 논박이 오가며 관찰자로 하여금 또 다른 답을 찾아 나가게끔 할 수도 있다. 자기 완결성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성이 줄어드는데 굳이 자신이 온갖 것들을 설명할 것 없이 각종 링크로 이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웹에서는 정밀성과 자기 완결성이라는 두 가지 올드 미디어의 덕목이 폐기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내용에 이들 두 부분을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구 매체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낡은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낡은 생각이어도 좋고 단지 꼼꼼함이어도 좋다. 어쨌든 이러한 생각에서 벗어난 두 블로거가 바로 xacdo님과 추유호님이다.
두 분의 블로그에 대해서는 그리 길게 이야기하기가 힘들 것 같다. 자주 들어가보지 않았다기보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서 말이지. 두 분 다 공대를 나오신 것 같은데 다 자기 월급도 모른다는 공대 출신 답지 않게 왜 그리도 많은 걸 다루는지 모르겠다. 특히 추유호님은 카테고리만 봐도 입이 절로 벌어질 정도로 박학다식함이 눈에 드러난다. xacdo님도 그 레벨은 아니더라도 가끔 소설도, 만화도, 작곡도 하며 다재다능함을 맘껏 뽐낸다. 어찌나 부럽던지.
두 분 블로그를 들어가면 눈에 띄는 게 링크다. 나처럼 텍스트에 하이퍼링크를 거는 게 아니라 그냥 인터넷 맨 주소를 깔아 버린다. http://jabbae.tistory.com 이렇게 하고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글루스에서는 많이 보는 방식이긴 하다만 특히 xacdo님은 더 특이하다. 이글루스에서는 그냥 자기가 본 글 하나의 링크를 올리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게 대부분인데 xacdo님은 글을 쓰기 전 구글 검색을 미리 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가 쓰려는 글이 있으면 그냥 링크를 올려 버린다. 때로는 그냥 자신이 주제를 잡고 검색해서 얻은 주요 링크들을 오늘의 링크라는 이름으로 올리기도 한다.
추유호님도 링크를 상당히 사랑하는데 특이점이 좀 더 있다. 이 분은 자신의 블로그에 있는 내용은 대부분 어디서 가져 온 것이니 맘대로 퍼 가라고 한다. 어찌 보면 buckshot님의 블로그 정책과 유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buckshot님이 나름 고찰을 거쳐 얻은 생각이라면 추유호님은 그냥 웹과 지식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애초에 그렇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추유호님의 글은 가끔 그냥 바뀐다. 그의 블로그명 encyclopedia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위키처럼 블로그 포스팅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이런 이들의 모습은 남을 위한 블로깅과는 거리가 무지 멀다. 자기 완결성도, 정밀성도 떨어진다. 그러나 그들의 블로그는 내게 가끔 매우 유용하다. 온갖 긴 글을 늘어놓은 것보다 관련 링크와 자기 의견을 쓴 것이 내게 더 빠르게 정보를 찾을 수 있게 해 주며 (재발행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기는 하지만) 어느 새 변경된 글은 추가적인 지식을 전달해 준다. 집단지성이라는 단계로 갈 것도 없이 위기지학의 블로깅이 오히려 남에게 더 편리함을 안겨주는 것이다. 대개 글을 다듬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을 생각하면 링크와 수정을 활용한 스피디하고 변화무쌍한 포스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그 이상으로 클 것이다.
한국인들이 싸이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히 선점 효과가 크다. 만약 블로그가 먼저 시작되었다면 블로그 쪽이 퍼졌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블로그에 대한 약간의 부담감도 작용한다. 좀 더 정제된 글, 인정받을 만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가로막고 결국 폐쇄적인 싸이로 네티즌을 몰아넣는다.
그러나 사실 블로그의 어원이 무엇인가? web의 항해 일지가 아닌가? 지도에 그 섬을 온전히 담으려 할 필요는 없다. 그 섬의 이름과 위치만 쓴다면 충분치 않은가? 오히려 그것이 이어지는 항해자로 하여금 더 큰 편리함은 물론 풍요로움마저 안겨주지 않을까? 더군다나 그 섬은 왜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조금씩 위치를 수정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리의 고정 관념에 의해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그리고 나는 위 두 분이 우리에게 좋은 힌트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두 분을 너무나 좋아한다.
